본문 바로가기

은퇴 후 일상

비와 숫자 사이에서 균형을 생각하다

비가 내리는 오후입니다.

 

이 시간쯤이면 띵똥이와 산책을 나설 준비를 했을 텐데,

오늘은 창밖만 바라보고 있습니다.


리드줄을 꺼냈다가 다시 걸어두는 순간,

괜히 미안한 마음이 먼저 들었습니다.

띵똥이는 창가에 앉아 빗소리를 듣다가,

이내 제 옆으로 와 조용히 눕습니다.

 

산책은 쉬어도, 함께 있는 시간은 그대로입니다.

 

 


오늘은 나가지 않는 날이라는 걸 아는 듯합니다.

커피 한 잔을 내려놓고 음악을 틀었습니다.

빗소리와 잔잔한 선율이 겹치자,

집 안 공기가 한 박자 느려집니다.

 

산책은 못 나갔지만,

이렇게 멈춘 오후도 나쁘지 않습니다.
움직이지 않아도 되는 시간.
굳이 서두르지 않아도 되는 하루입니다.

 

요즘 뉴스는 숫자로 가득합니다.
금리, 물가, 환율, 경기.

은퇴 전에는 그 숫자들이 남의 일처럼 느껴졌다면,
지금은 조금 더 현실적인 무게로 다가옵니다.

 

투자 계좌의 색깔,
장바구니 물가,
생활비의 흐름.

 

세상의 숫자들은 결국 우리의 일상으로 스며듭니다.

그래서일까요. 비 오는 날은 그런 생각을 정리하기에 좋습니다.

 

시장이 오르든 내리든,
감정까지 같이 출렁일 필요는 없다는 것.

 

원칙을 정해두고,
그 안에서 움직이고,
과하게 기대하지도, 과하게 두려워하지도 않는 것.

 

은퇴 후 제가 가장 붙들고 있는 태도는
결국 ‘균형’입니다.

 

밖에서는 빗줄기가 계속 떨어지고 있지만
집 안은 조용합니다.

 

숫자들은 흘러가고,
계절도 흘러가고,
하루도 그렇게 지나갑니다.

 

산책은 내일 나가면 됩니다.

오늘은 다만,
멈춘 것 같은 이 오후를 그대로 받아들이기로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