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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퇴 후 일상

주식 차트는 꺾여도, 내 계란말이 '각'은 안 꺾입니다

요즘 제 블로그 주제가

조금 고착되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포스팅은 늘어나는데

이야기의 결은 비슷해지는 느낌.

 

그래서 오늘은

조금 다른 이야기를 다룰까 합니다.

 

 

가장 쉽지만 제대로 하긴
꽤 까다로운 음식 하나를
만들어 보기로 했습니다.

 

바로 '계란말이'입니다.

 

시작은 미약하나, 그끝은 창대하리라.

 

번거로운 요리는 잠시 안녕

 

사실 전공을 살려
화려한 요리를 뽐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솔직히 말해
그건 준비도 많고
설거지도 많고
조금 번거롭습니다.

 

제가 요즘 느끼는 건
진짜 실력이라는 것은

냉장고 속 흔한 재료로
얼마나 정갈한 결과물을
내놓느냐에 있다는 점입니다.

 

그래서 오늘은
가장 기본적인 요리,
계란말이를 만들어 봤습니다.

 

아마 제 성격 탓인지 몰라도
대충 말아내는 꼴은
도저히 못 보겠습니다.

 

중 약불에서 노란 계란물을 
얇게 펴서 한 겹씩 말고, 기름 바르고

다시 붓고, 또 말고, 기름 바르고

이 과정을 천천히 반복합니다.

 

전에도 언급한 적이 있습니다. 

제 요리는 정확한 계량은 없습니다.

 

요리는 결국 각자의 입맛이니까요.
부족한 간은 각자

알아서 맞추는 걸로 하겠습니다.

 

그리고 마지막에는
김발을 꺼냅니다.

 

계란말이는
여기서 결정됩니다.

김발로 단단하게 말아
각을 잡아주면
비로소 모양이 살아납니다.

 

뜨거울때 김발에 말아서 2분정도 레스팅 합니다.

 

30년 직장 생활을 지탱해 온
그 꼼꼼함이
팬 위에서도 그대로
발휘되는 순간이죠.

 

 

지루함을 말아버린 한 잔

 

애드센스 승인을 기다리는
18일의 지루함도

 

마음처럼 움직이지 않는
주식 차트의 답답함도

 

팬 위에 노란 계란을

한 겹 씩 말다 보면

조금은 풀리는 것 같습니다.

 

노란 계란말이 한 점에
시원한 소맥 한 잔이면
충분히 위로가 됩니다.

 

거창한 요리는 아니어도
아내와 마주 앉아
정성을 나누는 이 시간이

진짜 은퇴의 맛이
아닐까요.

 

 

글을 마치며

 

가장 흔한 것을
가장 특별하게 만드는 것.

요즘 제가
일상을 즐기는 방식입니다.

 

오늘 저녁
여러분의 식탁에도

자신만의 ‘각’이 살아있는
계란말이 한 접시

어떠신가요.

 

주식차트는 꺾여도

계란말이 각 정도는

잡아줘야지요.

 

오늘 계란말이 잘 나왔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