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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퇴 후 일상

명절 전날 밤, 6kg 소갈비와 띵똥이의 기다림

어제 오후에 전 부치기에 이어 저녁은 조금 더 바빴다.

아내가 일이 늦게 끝나는 관계로 당연히 이번 명절 음식은 내가 도맡았다.

 

명절을 앞두고 냉동해 두었던 소갈비 6kg을 꺼냈다. 양이 꽤 된다. 싱크대 한쪽을 비우고, 큰 통에 물을 받아 갈비를 담갔다. 해동은 시간과의 싸움이라기보다 인내의 시간에 가깝다. 물을 갈아 주고, 핏물을 빼고, 다시 기다리고. 그 과정을 몇 번 반복하다 보니 저녁 시간이 훌쩍 지나갔다. 마지막에는 설탕물에 담가 연육에 도움을 주었다.

 

핏물을 어느 정도 뺀 뒤에는 한 번 데치는 과정이 남아 있다.

큰 냄비를 꺼내 물을 넉넉히 붓고 갈비를 넣었다. 끓기 시작하면 불순물이 떠오른다. 그걸 걷어내는 작업도 은근히 손이 간다. 그래도 이 과정을 거쳐야 갈비탕도 깔끔해지고, 갈비찜도 훨씬 맛이 살아난다. 명절 음식은 결국 손이 많이 가는 만큼 결과가 정직하다.

데치고 나서 양을 나눴다.

 

핏물제거 후 데치기 20분을 마친 불순물을 뺀 갈비원육


총 6kg 중에서 1.5kg은 갈비탕용으로 따로 빼고, 나머지는 갈비찜 준비. 갈비탕은 맑게 오래 끓일 생각이고, 갈비찜은 양념이 배도록 미리 손질해 두었다. 이렇게 전날 밤에 준비를 해 두면 당일이 훨씬 수월하다. 명절은 당일보다 전날 준비가 더 중요하다는 걸 해마다 느낀다.

 

이 모든 과정을 지켜보는 작은 관객이 하나 있었다.

바로 띵똥이.

 

얌전히 갈비를 기다리는 띵똥이^^


부엌 한쪽에서 얌전히 앉아 기다리고 있었다. 뭔가 좋은 냄새가 난다는 걸 아는 표정이다. 왔다 갔다 하지도 않고, 그저 조용히 눈으로만 상황을 지켜본다. 그 모습이 귀여워서 결국 큰 갈비 두 개를 따로 삶아 줬다. 소금도, 양념도 없이 그냥 삶은 갈비. 띵똥이 전용이다.

 

접시에 담아 주니 기다렸다는 듯 다가온다.
한 번 냄새를 맡고, 바로 냠냠. 큰 갈비인데도 집중해서 잘 먹는다. 그렇게 맛있게 먹는 모습을 보고 있으니 괜히 뿌듯하다. 명절 준비라는 게 사람만을 위한 건 아닌 것 같다. 이렇게 함께 사는 존재에게도 작은 이벤트가 된다.

 

부엌은 어느새 고기 삶은 냄새로 가득 차 있었다.큰 냄비, 큰 통, 도마까지 전부 한 번씩 쓰고 나니 설거지 양도 만만치 않다. 그래도 마음은 이상하게 편안하다. 준비를 다 해 놓았다는 안도감 때문일까. 갈비탕용 1.5kg은 냉장고에 잘 넣어 두었고, 갈비찜용도 양념 단계까지 마무리했다.

 

갈비양념 완료.

 

 

명절 음식은 화려해 보이지만 결국 반복 작업의 연속이다.
해동하고, 씻고, 데치고, 나누고, 정리하고. 그 과정을 묵묵히 하다 보면 시간이 쌓이고, 그게 명절이 된다. 예전엔 이런 준비가 귀찮게 느껴졌는데, 요즘은 이 시간이 오히려 좋다. 조용한 저녁, 부엌 불빛 아래서 하나씩 준비해 두는 과정. 그게 명절의 시작 같다.

 

이제 오늘은 본격적으로 갈비탕을 끓이고, 갈비찜을 완성할 단계다.

어제 준비해 놓으니 1시간만에 완성된 갈비찜.

 

오전 중 갈비요리를 완성해야 오후에 딸과 사위, 그리고 아들, 아내 5명의 즐거운 명절 파티를 할 수 있으니까. 
어제 해 둔 준비 덕분에 한결 여유가 있다. 냉장고를 열어 갈비를 확인하고, 커피 한 잔을 마시며 잠깐 숨을 고른다. 명절은 늘 분주하지만, 이렇게 미리 준비해 두었고 오늘은 아내도 함께하니 마음이 한결 가볍다.

 

그리고 띵똥이는 어제 큰 갈비 두 개를 먹고 완전히 만족한 표정이었다.
오늘도 부엌 근처를 서성일지 모르겠다. 혹시 또 하나 떨어질까 기대하면서.

명절 준비는 힘이 들지만, 이런 작은 장면들이 있어 나쁘지 않다.
어제저녁, 6kg 소갈비와 함께 시작된 올해 명절 준비.
꽤 든든하게 출발했다.

 

백색 스피츠 띵똥이 일러스트 (갈비좋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