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은퇴 후 무슨 이유이든 재취업을 꼭 해야만 하는 경우가 있을 겁니다. 그런데 가장 만만해 보이는 게 경비원이라고 생각하시는 분들이 있습니다.
52세부터 59세까지 보안대원, 팀장, 실장을 거치며 현장의 밑바닥부터 관리직까지 다 겪어본 제가 딱 잘라 말씀드립니다.
"웬만하면 하지 마세요."
특히 60세 넘어 시작하는 경비직은 여러분이 생각하는 '보안'과는 차원이 다른 '막일'의 세계입니다.

1. '보안대원'과 '경비원'의 건널 수 없는 강
제가 50대에 몸담았던 곳은 ADT 캡스가 관리하는 아파트였습니다.
그나마 55세 이하 대원들이 배치되니 겉보기에는 번듯한 '보안 업무' 중심이었죠.
하지만 60세가 넘어 일반 단지로 가는 순간, 여러분의 직함은 보안 요원이 아니라 그냥 '경비'가 됩니다.
"이건 보안 서비스가 아니라, 사실상 제복 입은 잡무직에 가깝습니다"
말이 좋아 경비원이지, 실상은 택배 정리, 분리수거 뒷감당, 주차 민원 처리 등 온갖 잡무가 쏟아지는 막일 수준입니다.
브랜드 보안 업체가 관리하는 곳조차 입주민들의 저질스러운 갑질 민원은 피할 수 없는데, 일반 경비직은 오죽하겠습니까?
평생 사회에서 대접받던 어르신들이 제복 하나 입었다는 이유로 자식뻘 되는 사람들에게 무시당하는 현실, 그거 견딜 자신 없으면 시작도 하지 마십시오.

2. 그래도 생계 때문에 해야 한다면? '영리하게' 살아남는 법
세상사가 내 마음 같지 않아서, 싫어도 어쩔 수 없이 이 길을 택해야 하는 분들이 계실 겁니다.
그분들에게 7년 경험을 담아 '오래 살아남는 법'을 딱 세 가지만 조언해 드립니다.
첫째, '나'를 지우고 '투명 인간'이 되십시오.
과거에 내가 뭐 했던 사람인지, 어떤 직위에 있었는지는 아파트 정문을 통과하는 순간 다 잊어야 합니다.
입주민과 기 싸움해서 이겨봤자 돌아오는 건 민원과 해고뿐입니다. 철저하게 '서비스 마인드'라는 가면을 쓰세요.
둘째, 귀는 열되 가슴은 닫으십시오.
무례한 소리를 들어도 그 자리에서 흘려버려야 합니다. 그걸 가슴에 담아두면 화병만 생깁니다.
"저 사람은 원래 저런 사람인가 보다" 하고 감정의 거리를 두는 것이 장기근속의 비결입니다.
셋째, 동료들과 잘 지내십시오.
의외로 경비원 퇴직사유중 손꼽히는 하나가 동료 간의 불화로 인한 퇴사입니다. 관리소 직원들의 어이없는 우월의식도 만만치 않습니다.
그러나 가장 무서운 건 하루 24시간을 함께하는 '경비원 동료와의 불화' 입니다.
워낙 이직율이 높아서 천차만별의 성격이 들어오고 나가고를 반복합니다. 24시간을 붙어있다 보면 별일이 다 생깁니다.
주민의 갑질도 견뎌내던 슬기로운 경비원이 동료와의 불화를 못 견디고 퇴사한다는 말입니다.
3. 보안 업무와 저질 업무 사이의 외줄 타기
그나마 규모가 있고 시스템이 갖춰진 곳은 '보안'이라는 명목하에 업무 범위가 정해져 있지만, 소규모 단지로 갈수록 여러분의 업무는 무한대로 확장됩니다.
화단 정리부터 청소 보조까지, 사실상 잡역부나 다름없는 취급을 받을 때가 많습니다.
이런 곳에서 오래 버티려면 본인만의 업무 루틴을 만들어야 합니다. 시키는 일만 수동적으로 하다 보면 금방 지칩니다.
내가 통제할 수 있는 구역과 업무를 확실히 파악하고, 입주민들과는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며 '일 잘하는, 하지만 만만하지 않은' 이미지를 구축하는 영리함이 필요합니다.
4. 당신의 노후는 경비실 밖에도 있습니다
경비직은 결코 쉬운 노후 대책이 아닙니다. 야간업무의 육체적인 고단함보다 정신적인 스트레스와 자존감 하락이 더 큰 적입니다.
만약 당신에게 다른 선택지가 있다면, 혹은 삼성전자 배당금처럼 작더라도 꾸준한 파이프라인을 만들 여력이 있다면 이 길은 다시 한번 고민해 보시길 권합니다.

제복 입은 모습에 속지 마세요. 그 뒤에는 깎여 나가는 자존감과 고된 노동이 숨어 있습니다.
부디 냉정하게 판단하여 여러분의 소중한 은퇴 후 삶을 슬기롭게 지켜내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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